태평광기에서 인용한 이야기 중에 무척 재미있던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반언이란 사람이 쌍륙이란 놀이를 무척 좋아해서 어디 나갈 때면 늘 몸에 쌍륙판과 주사위 두 개를 챙겨갔다고 한다. 한번은 반언이 예의 쌍륙판과 주사위를 지닌 채 배를 탔는데 큰물 한가운데서 배가 뒤집히고 말았다. 반언은 물에 빠져 가까스로 판자 하나를 잡았는데, 오른손으로 판자를 잡고 왼손으로 쌍륙판을 들고, 입으로는 주사위를 머금고 꼬박 하루 밤낮 파도에 떠밀려다녔다. 가까스로 뭍으로 흘러들어왔을 무렵 살이 상해서 손에 뼈가 보일 지경이었지만, 쌍륙판을 놓지 않았고 주사위도 뱉지 않은 채였다고 한다. 이쯤 되면 쌍륙을 좋아하기가 괴벽이라 할 만하지만, 이야기를 읽는 내내 유쾌했다. 좋게 말해야 괴짜일 터이나 난 이런 사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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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사회단상  |  2013. 6. 30. 18:09




옛날 옛날에 신심 깊다는 G군과 머리 좋다는 T군이 싸웠다. 


G군: 하느님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다 용서하고 사랑하신다구요? ㅋㅋㅋ 그거 뭔 부조리한 헛소리임? 하느님은 지극정성으로 금욕하지 않으면 모조리 불지옥 크리, ㄲㄲㄲ 나처럼 정결하게 살으3 


 T군: 아 ㅆㅂ 이 정줄놓아, 부조리라고 할 만큼 사랑이 넘친 분이니까 믿을 만하다는 거다. 


나중에 T군이 한 말은 "믿음이란 부조리하니까 믿어야 한다"로 잘못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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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례사/교회사  |  2013. 6. 30. 18:07




대한제국 말 조선을 생각하다가 문뜩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적이 있다. "만약 합병되어서 정말로 피합병국 백성들이 질적으로 훨씬 나아진다면, 그러한 경우에도 독립을 주장해야 할까?" 스스로에게 질문하고도 답하지 못했다. 뭔가 이건 아니란 느낌이 계속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답하겠다. "만약 그렇게 될 수 있다면, 피합병국 사람들이 원한다면 가능하다" 지금의 나에게 있어 국가는 중요한 가치덕목이지만 최상의 가치덕목은 아니다. 하느님을 제외한다면, 나에게 있어 최상의 가치덕목은 사람이다. 만약 국가가 사람을 억압한다면 국가를 부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런 가정이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단 점이다. 피합병국이 합병주도국과 완전히 동등하고 평등하게 일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특히나 천수백 년 전의 역사를 들먹여 민족을 구분하려고까지 하는 무지막지한 경우가 횡행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낮다. 국가 역시 완전히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은데 (국가 없이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는 소수민족을 보라) 기존의 어떤 국가를, 개혁이 아니라, 컴퓨터 포멧하듯이 리셋해야 할 만큼 심각한 경우가 세상에 얼마나 나오겠나? 물론 지금껏 여러 나라가 명멸했지만 그중 나라가 정말 너무 개판이라 기본부터 리셋한 경우는 얼마 없다고 본다. 그리고 '사람'이라는 규정이 참 힘들다. 난 그냥 사람이라고만 했지만 계급이란 하위개념을 두면 이야기가 골치 아파진다. 그래서 난 이쪽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역사/사회단상  |  2013. 6. 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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