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광기에서 인용한 이야기 중에 무척 재미있던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반언이란 사람이 쌍륙이란 놀이를 무척 좋아해서 어디 나갈 때면 늘 몸에 쌍륙판과 주사위 두 개를 챙겨갔다고 한다. 한번은 반언이 예의 쌍륙판과 주사위를 지닌 채 배를 탔는데 큰물 한가운데서 배가 뒤집히고 말았다. 반언은 물에 빠져 가까스로 판자 하나를 잡았는데, 오른손으로 판자를 잡고 왼손으로 쌍륙판을 들고, 입으로는 주사위를 머금고 꼬박 하루 밤낮 파도에 떠밀려다녔다. 가까스로 뭍으로 흘러들어왔을 무렵 살이 상해서 손에 뼈가 보일 지경이었지만, 쌍륙판을 놓지 않았고 주사위도 뱉지 않은 채였다고 한다. 이쯤 되면 쌍륙을 좋아하기가 괴벽이라 할 만하지만, 이야기를 읽는 내내 유쾌했다. 좋게 말해야 괴짜일 터이나 난 이런 사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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