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말 조선을 생각하다가 문뜩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적이 있다. "만약 합병되어서 정말로 피합병국 백성들이 질적으로 훨씬 나아진다면, 그러한 경우에도 독립을 주장해야 할까?" 스스로에게 질문하고도 답하지 못했다. 뭔가 이건 아니란 느낌이 계속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답하겠다. "만약 그렇게 될 수 있다면, 피합병국 사람들이 원한다면 가능하다" 지금의 나에게 있어 국가는 중요한 가치덕목이지만 최상의 가치덕목은 아니다. 하느님을 제외한다면, 나에게 있어 최상의 가치덕목은 사람이다. 만약 국가가 사람을 억압한다면 국가를 부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런 가정이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단 점이다. 피합병국이 합병주도국과 완전히 동등하고 평등하게 일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특히나 천수백 년 전의 역사를 들먹여 민족을 구분하려고까지 하는 무지막지한 경우가 횡행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낮다. 국가 역시 완전히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은데 (국가 없이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는 소수민족을 보라) 기존의 어떤 국가를, 개혁이 아니라, 컴퓨터 포멧하듯이 리셋해야 할 만큼 심각한 경우가 세상에 얼마나 나오겠나? 물론 지금껏 여러 나라가 명멸했지만 그중 나라가 정말 너무 개판이라 기본부터 리셋한 경우는 얼마 없다고 본다. 그리고 '사람'이라는 규정이 참 힘들다. 난 그냥 사람이라고만 했지만 계급이란 하위개념을 두면 이야기가 골치 아파진다. 그래서 난 이쪽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역사/사회단상  |  2013. 6. 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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