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에 일본 후쿠오카현 무나카타시에 속한 '오키노시마'라는 작은 섬에 관한 포스팅을 쓴 적이 있었다.. 이때 나는 일본서기나 고사기를 읽지 못해서 단편적으로 흩어진 정보를 모아 글을 썼다. 그런데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번역하고 주석을 달아둔  일본서기 pdf 파일을 받았다.  이미 일본서기 완역본이 없지는 않으나 이렇게 번역해둔 자료를 받으니 참으로 편안하다. 


무나카타 대사는 '교통안전의 신'으로 유명한 세 여신을 받드는 곳이다.  세 여신을 모신 중심 사당은 각각 오키노시마 섬, 오시마 섬,  그리고 뭍에 있는 무나타타 본사.  이렇게 세 곳에 있으며,  각 사당에서 한 신을 모신다.  (무나카타 본사에는 부속사당에서 다른 두 신도 함께 모시지만,  본전에서는 한 신만 모셨다.) 

일본서기에 기록된 신화를 무나카타 3 여신 관련 사항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자나기가 아이를 낳다가 죽은 아내 이자나미를 만나려고 저승에 내려갔다가,  아내의 썩어가는 모습을 보고 놀라 기겁하여 도망친다.  이에 이자나미도 성이 나서 남편을 쫓아오지만, 이자나기는 따라잡히기 전에 저승을 나와 바위로 문을 틀어막는다. 그리고 부정이 탔다 하여 흐르는 물에 몸을 씻으니 아마테라스, 쓰쿠요미, 스사노오가 태어난다.  이자나기는 세 신에게 자기네 몫으로 지배할 곳을 나누어주었지만, 스사노오는 다스릴 생각은 하지 않고 엉엉 울며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만 말한다.  이러니 이자나기는 화가 나서 내쫓으면서 마음대로 하라고 말한다.  스사노오는 그 전에 먼저 자기 누이 아마테라스가 보고 싶어서 천항계 다카마노하라로 올라오지만,  아마테라스는 스사노오가 천상계의 지배권을 빼앗으려 하는 줄 알고 걱정하여 남장을 하고 무장을 갖춘 채로,  강가에서 스사노오를 맞았다.  이에 두 신이 서로 대화를 나눈다.  

일본서기 6-0 (본문이다.)
스사노오가 누이에게 맹세[각주:1]를 하자고 주장한다. 아마테라스가 스사노오가 차고 있던 십악검[각주:2]을 세 조각내었다. 그 뒤에 샘물(아마노마나위)에서 흔들어 씹어서 뱉었다. 그 입김의 안개에서 다고리히메(田心姬), 다기리히메(湍津姬), 이치키시마히메(市杵嶋姬),  3 여신이 나왔다. 

아마테라스는 "십악검은 너의 것이니 그것을 근본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네 아이다."하면서 여신들을 스사노오에게 주었다. 이 여신들은 무나카타노키미들이 제사지내는 신이다. 

일본서기 6-1
아마테라스가 맹세를 하자고 주장한다. 아마테라스가 먼저 자기가 차고 있던 십악검을 깨물어 나온 아이가 오키쓰시마히메(瀛津嶋姬), 구악검을 깨물어 나온 아이가 다기리히메, 팔악검[각주:3]을 깨물어 나온 아이가 다고리히메다. 

아마테라스는 "너희 세 신은 해로의 도중으로 내려가 머물며 천손을 돕고, 천손으로 하여금 제사지내게 하라" 명령하였다. 

일본서기 6-2
스사노오가 하늘에 올라갈 때 '하카루타마'라는 신이 곡옥을 바쳤다. 아마테라스가 스사노오의 저의를 의심하자 스사노오는 "누님을 뵙고자, 또한 곡옥을 바치고자 할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아마테라스가 어떻게 증명하겠느냐고 묻자,  스사노오가 맹세하자고 하였다. 아마테라스는 스사노오에게 자기가 찬 칼을 줄 테니 너는 곡옥을 달라고 하여 서로가 지닌 물건을 바꾸었다.  

아마테라스가 샘물 '아마노마나위'에 곡옥을 띄워, 구슬 끝을 물어 끊어 내뿜었더니 그 입김에서 이치키시마히메노미코토(市杵嶋姬命)가 나왔다. 오키쓰미야(沖宮)[각주:4]에서 있는 신이다.

구슬 중간을 물어 끊어 내뿜었더니 그 입김에서 다고리히메노미코토(田心姬命)가 나왔다. 나카쓰미야(中宮)[각주:5]에 있는 신이다. 

구슬의 꼬리를 물어 끊어서 내뿜었더니 입김에서 다기쓰히메노미코토(湍津姬命)이 생겼다. 헤쓰미야(海濱) [각주:6]에 있는 신이다. 

일본서기 6-3
아마테라스가 먼저 맹세해보라고 하면서,  만약 스사노오가 사심이 없어 남자를 낳으면 자기가 아들로 삼아 아마노하라를 다스리게 하겠다고 하였다.[각주:7] 

아마테라스가 먼저 십악검을 물어서 오키쓰시마히메노미코토(瀛津嶋姬命)를 낳았다. 다른 이름은 이치키시마히메노미코토(市杵嶋姬命)다. 

구악검을 물어서 생겨난 아이가 다기쓰히메노미코토(湍津姬命)다. 

팔악검을 물어서 생겨난 아이가 다기리히메노미토코(田霧姬命)이다. 

세 여신을 우사노시마[각주:8]에 살게 했는데, 지금은 바다 북쪽 도중에 진좌돼 있다. 

오키노시마(沖ノ島)는 무나카타시 해안에서 약 60 km 떨어진, 면적이 97 헥타르쯤 되는 섬이다. 일본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섬으로 이 섬의 흙 한 줌도 밖으로 반출할 수 없다.  이 섬에 거주하는 사람은 없으나 10일 간격으로 뭍에 있는 무나카타 대사에서 파견하는 신관, 그리고 섬에 있는 항만 관리자 등등 사람이 있긴 있다.  악천후 등 비상사태 때 지나가던 선박이 이 섬으로 피난 올 수 있으나,  신성한 섬이라 하여 섬에 발을 밟기 전에 부정 씻기를 해야 하며,  출항할 수 있게 되는 대로 떠나야 한다. 
오미야(大)는 해안에서 약 8 km 떨어진 섬인데 약 900 명 정도 주민이 산다고 한다. 

그런데 사소한 문제라면 일본서기에서 각 신을 모신다고 설명한 내용과 현대의 무나카타 대사에서 실행하는 바가 다르다는 점이다.  현대의 무나카타 대사가 어찌하는지는 무나카타 대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서기에서 해당 부분에는 본문과 일서 셋이 있다.  이중 두 번째 일서에서만 각 신과 사당의 위치를 자세히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각 사당과 제신의 이름은 이러하다. 

오키노시마         오키쓰미야(沖宮)에 이치키시마히메(市杵嶋姬)
오시마                 나카쓰미야(中宮)에 다고리히메(田心姬)
무나가타 본사    헤쓰미야(海濱)에   다기쓰히메(湍津姬)

(위치상으로 오키노시마가 가장 북쪽, 오시마가 그 다음, 무나카타 본사가 가장 남쪽이다.) 

하지만 현대의 무나카타 대사에서는 이렇게 한다. 

오키노시마      오키쓰미야(沖津宮)에 다고리히메(田心姬)
오시마              나카쓰미야(中津宮)에 다기쓰히메(湍津姬)
무나카타 본사 헤쓰미야(辺津宮)에 이치키시마히메(市杵嶋姬)

뭐라고 해야 할까.  각 장소에서 모시는 신을 "한 칸씩 위로 올렸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가장 북쪽, 오키노시마에 있던 이치키시마히메를 가장 남쪽인 무나카타 본사로 남하(?)시켰다.  신명의 순서는 일본서기 본문과 똑같다.  사당 이름도 발음은 같으나 표기가 다르다.  오시마와 무나카타 본사의 사당명은 고사기와 같으나 오키노시마만은 고사기의 奥津宮와 다르다.

동북아 역사재단에서 번역한 일본서기는 무나카타 세 여신에 대한 주석이 이 부분에서 틀렸다.  일본서기 1권 291번 주석에서 무타카타 본사의 제신이 '현재에도 다기쓰히메'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이치키시마히메다.   

그런데 적어도 기록으로만 보면 이치키시마히메가 오키노시마에 있었던 듯하다.  첫 번째, 세 번째 일서에서 맨 처음 태어난 여신이 오키쓰시마히메(瀛津嶋姬)라고 하는데,  세 번째 일서에서 부언하기를, 오키쓰시마히메의 다른 이름이 이치키시마히메라고 한다.  이름 중 오키쓰시마(瀛津嶋)라는 부분이 오키쓰미야(沖津宮)라는 사당명과 겹친다. 또한 가장 먼저 태어난 여신이 위치한 곳이 오키노시마라고 하는 점에서, 당시에도 오키노시마를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보았던 게 아닐까. 

일본서기 본문과 일서는 서로 다른 시대의 전승인데,  본문은 가장 마지막은 아닐지라도 대체로 늦은 편에 속하는 전승이며, 또한 당시 야마토 조정의 공식 입장이다.  호족 무나카타 집안이 처음에는 오키노시마에 '이치키시마히메'가 있다고 믿었다가, 나중에 야마토 조정에게 복속되고 어쩌고 하는 와중에 신을 모신 위치가 바뀌었을 수도 있겠다. 


  1. 신탁, 혹은 점의 일종이다. [본문으로]
  2. 길이가 10악, 즉 약 1 m 정도인 검을 가리킨다. [본문으로]
  3. 구악검, 팔악검은 각각 길이가 약 90, 80 cm쯤 되는 검을 가리킨다. [본문으로]
  4. 고사기에는 胸形之奥津宮라고 기록돼 있다. [본문으로]
  5. 고사기엔 胸形之中津宮라고 기록돼 있다. [본문으로]
  6. 고사기에는 胸形之辺津宮라고 기록돼 있다. [본문으로]
  7. 오직 이 부분에만 있는 특이한 내용이다. 또한 이 기록에서 스사노오가 낳은 남신들은 다른 부분과 달리 5위가 아니라 6위다. [본문으로]
  8. 宇佐嶋. 주석에 따르면 아무래도 오키노시마를 잘못 쓴 듯하다. [본문으로]
      역사/사회단상  |  2014. 3. 23.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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